아침 9시가 되면 가산에 있는 디지털 학교로 서울과 경기 곳곳에서 사생들이 모여요.
건물보다 조금 높게 나는 비행기들이 보여요. 가끔 저게 가산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라나 하는 재난영화스러운 생각을 하며 만원 버스와 전철로 치열한 통학을 합니다.
미세먼지의 뿌듯함이 마치 아이폰 필터마냥 운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가산의 주택가와 저 멀리 고빌딩들…
높은 건물 밑으로 ktx가 매일 매일 신나게 지나가는 걸 보면 저분들은 시끄러워 짜증나진 않을까
괜한 걱정도… .
오전 11시부터 점심시간(정확히는 아점)이 시작되어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건물 밑에 있는 지하 식당은 무려 5천원에 한식, 양식, 중식이 골고루 뒤섞인 양질의 뷔페를 제공하고 있어요.
식당 이모님들과 직원분들의 친절 친절한 멘트는 늘 밥 먹는 기분을 북돋아 주어요.
노랑 하양 식판을 들고 쪼르르 반찬을 푸다 보면 중고딩 급식이가 된 기분이라 뭔가 영- 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식당에서 다른 오피스 회사원들을 우르르 마주칠 수 있는 기회, 아- 여기가 가산이로구나!
또한 식후에 마시는 탄산은 끊을 수 없는 메리트. 원래 어느 뷔페에 가든 공짜 탄산은 뭔가 그냥 지나치면 허전하잖아요?
점심 식사 후에는 가산의 디지털로를 누벼요. 가끔 거리 공연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것은 가산 디지털 사생들을 위한 휴식 차원의 복지 서비스?
마치 고등학교 방송실에서 점심 시간때 은혜로이 내려주던 라디오 듣는 기분이에요.
마리오네트 하는 할아버지 예술가시라니… 뭔가 디지털시티의 아날로그 전사처럼 멋져보여요!
디지털로의 단풍들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 여기 건물주들은 얼마나 부자일까…
이 건물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죽을 때까지 일은 1도 모르겠구나, 싶은…!
이상하게도 요즘엔 은행나무에 은행이 안 열려요. 그 놈의 죽일 놈의 미세먼지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고 은행나무도 암컷 수컷이 있다고 해요. 문제는 심어서 자라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함정!
뭐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우주의 법칙..
아무렴 어때요. 어차피 도시 가로수 은행은 먹으면 안 돼요.
아아- 뭐 먹어도 죽기야 하겠어요? 단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듯. 비료로 매연과 미세먼지를 먹고 자란 은행이들 이랄까요?
오후 4시 쯤이 되면 나른한 기지개를 펴고 다시 12층 건물 위에서 주택가의 지붕들을 보며
그린 그린한 힐링을 해요. 요즘은 화분 심는 것도 키우는 것도 귀찮네요.
그냥 초록색들 보며 머리속으로 잎파리를 떠 올려서 셀프 3D 체험 하도록 합시다.
이제는 우리가 집에 가야 할 시간, 내일 아니 월요일에 또 만나요~
어느 덧 가산 디지털 학교의 마침 시간이에요. 건물 곳곳에 숨어 있던 차량들이 일렬로 쪼로로 달려나가는 걸 보면 장난감같아 귀여워요. 집에 바로 가기 싫은 사생들은 해가 떨어지며 노상에 들어선 포장마차에서 주전부리를 먹으며 이야, 오늘 도 수고했어- 하곤 합니다.
-이상 가산 디지털 학교 5일차 사생 일기 끄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