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길 위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이야기들은 모든 역사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거리, 그 거리는 무슨 매력을 지니고 있길래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모을까?
대표적인 여행자 거리, 방콕 카오산 로드
방콕 카오산 로드는 여행자 거리라 불리는 곳 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모이는 거리이다. 태국 방콕 시내 프라나콘 구 방람푸 지역에 있는 300m가 채 안되는 거리이지만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집합소, 베이스 캠프라 불린다.‘카오산’이라는 뜻은 ‘가공된 쌀’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방콕이 쌀거래의 중심지였다는 걸 알 수 있다. 20세기 말, 1970년대 후반부터 서양인들이 이 곳을 아시아 여행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카오산 로드는 개발되기 시작했다. 2차선 도로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카페, 바, 클럽 등의 여행자 편의 시설과 유흥업소가 모여있다. 이 외에도 여행사, 은행, 환전소가 밀집돼 있어 태국 전역으로 연결되는 교통편과 투어 신청, 환전 등 태국에 여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여행자들이 카오산로드에서 숙박을 하며 자연스럽게 여행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기도 했다. 주머니 가벼운 배낭 여행자들에게 카오산 로드의 저렴한 숙소는 그야말로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는 한 줄기 빛 같은 곳이다. 다인실 도미토리나, 중저가 호텔까지 예산에 맞춰 폭넓게 선택이 가능하다. 단, 카오산 로드는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인 만큼 소음에 시달릴 수 있고, 저가의 도미토리 같은 경우에는 도난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귀중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카오산 로드는 낮과 밤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밤이 되면 마치 하나의 큰 클럽이 된 것처럼 가게마다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내뿜는다. 가게 안은 물론이고, 거리에서도 술을 마시는 여행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가게를 선택해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들의 흥에 동화 될 것이다.
카오산 로드 위치
낮과 밤 두 가지 얼굴을 지닌, 호치민 데탐거리
호치민 데탐거리는 수많은 베트남 여행자들이 모여들어 항상 활기가 넘친다. 낮에는 근교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 티켓을 구입하거나 저렴한 숙소를 찾는 이들, 쌀국수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여행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런 모습은 180도 변신한다. 밤이 되면 레스토랑과 클럽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노상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즐기는 이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리 중간에는 데탐거리의 랜드마크인 빨간색 벽이 인상적인 크레이지 버팔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술집 만큼 많은 것이 식당인데 대부분 맛집으로 거론되는 곳들이 데탐거리에 몰려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다소 가격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저렴한 베트남 물가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낮에는 말 그대로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가 가득한 여행자 거리로 밤에는 여행자들의 흥을 최대치로 끌어오리는 거리로 데탐거리의 두 가지 모습을 모두 확인하고 싶다면 여행 중 부지런히 움직여 보자.
호치민 데탐거리 위치
러시아 모스크바의 역사적 중심지, 아르바트 거리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역사적 중심지에서 약 1km 떨어져 있는 보행자 거리이다.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인 푸시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등이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한 곳인 아르바트 거리는 모스크바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15세기부터 있었던 약 1km 남짓한 이 거리는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때 불타 버리고 말았지만 이후, 러시아의 고위 귀족과 예술가, 학자들이 사는 고급 주택가로 탈바꿈 했다. 시간이 지나 소비에트 연방 시절 고위 공산당원들의 주거리로 변모했고, 지금은 세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아르바트 거리는 웅장한 러시아 외무성 건물을 비롯해 역사적인 건물과 맛집, 상점들이 자리고 있어 모스크바에 갔다면 꼭 한번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1970년대 새로 생긴 신 아르바트 거리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이며, 구 아르바트는 소규모 악단이 연주를 하는 모습이나 무명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모습 등 러시아의 문화적인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아르바트 거리 곳곳에는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은 ‘삶이 그대를 속이지라도’라는 시로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의 국민 시인인 알렉산드로 푸시킨과 그의 아내인 나탈랴 곤차로바의 동상이다. 푸시킨을 실제 이 거리에 거주했는데 푸시킨의 아내 곤차로바는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푸시킨은 항상 골머리를 썩었다고 한다. 푸시킨이 죽게된 것도 곤차로바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푸시킨을 사랑했던 모스크바인들은 그가 죽자 곤차로바가 지나갈 때 돌을 던지거나, 욕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1990년대 초 사망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 빅토르 최를 기념하는 낙서벽도 구 아르바트 거리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 또한 아르바트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아름답게 잘 정리된 거리 구석에 뜬금없이 보이는 어지러운 낙서가 그득한 벽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가 사망한지 2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를 추모하는 많은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꽃을 놓아두고 하거나 그래피티를 남겨두고 가곤 한다.
아르바트 거리 위치
스페인 마드리드의 브로드웨이, 그란 비아
‘마드리드의 브로드웨이’라 불리는 그란 비아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중심부의 상업지구를 관통하는 도로다. 스페인 광장에서 산호세 성당까지 약 1,300m 길이에 이르는 이 거리는 양쪽으로 금융빌딩과 고급호텔, 명품 샵을 비롯한 쇼핑 센터, 공연장,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어 마드리드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1910년 주변 도로와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해 1929년 완성된 거리로, 이름 자체가 ‘대로’를 의미한다. 그란 비아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거리들이 연결되며, 에스파냐 광장부터 왕궁, 비야 광장, 마요르 광장, 푸레으라델 솔, 시벨레스 광장에 이르기까지 마드리드 구시가지 일대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란 비아 동쪽에는 오랜 역사가 깃든 유럽풍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반면, 서쪽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유럽풍의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뤄 늘 인파로 북적이며, 이 거리의 끝자락에 자리한 스페인 광장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여 1916년 지어진 것이다. 광장 중앙에는 세르반테스의 기념비가 있고, 그 앞에는 애마 로시난테를 올라 탄 돈키호테, 노세를 탄 산초 판사의 동상이 있어 꼭 그란 비아 거리에서 꼭 봐야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란 비아는 마드리드의 밤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거리로 잠들지 않는 거리로도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쇼핑 거리 중 하나이며, 자라, 스페라, 폴 앤 베어 같은 유명 스파브랜드 등이 있어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마드리드의 브로드웨이라 불리는 만큼 근처 공연장에서는 라이온 킹, 태양의 서커스, 레 미제라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혹은 연극 등을 관람할 수도 있다.
그란 비아 위치
터키 현지 최대 번화가 이스탄불, 이스티클랄 거리
탁심광장에서 튀넬역까지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이 거리는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에서도 가장 번화한 보행자 전용 거리이다. 터키어로 ‘독립’을 뜻하는 이 거리의 이름은 터키 독립 전쟁의 종전 기념으로 붙여진 것이다.
주말 하루 약 3백만 명이 다녀가는 곳으로 탁심 광장부터 쭉 뻗은 이 거리는 상점, 카페, 레스토랑, 서점, 클럽, 극장,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생활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즐비하다. 이 거리를 따라 이스탄불의 명물인 붉은 색의 ‘노스탤지어 트램’이 운행한다. 보행자 전용 도로인 이곳에서 유일한 대중 교통 수단인 셈이다. 거리 양옆으로 자리한 유럽풍 건물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스티클랄 거리 중심 근처에는 갈라타사라이 지구가 있는데, 여기에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인 갈라타사라이 고등학교가 있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스티클랄 거리 위치
블루스와 록큰롤의 고향,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켄터키 주에서는 멤피스와 내슈빌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도시에서 컨트리, 소울, 록큰롤, 블루스, 가스펠 등 수많은 음악 장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에는 서부 주들이 내세우는 웅장한 대자연의 볼거리나 크게 내세울 수 있는 관광명소는 없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빌 스트리트가 존재한다. 한때는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1980년대 거리가 재정비되고,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매년 400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거리가 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해 루이 암스트롱, 비틀즈, 레드 제플린, 밥 딜런 등 세계 유명 예술인들이 빌 스트리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54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처음 녹음을 했던 ‘선 스튜디오’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스튜디오 앞에는 이를 기념해 큰 안내판이 붙어있고, 스튜디오 내부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투어 입장료로 1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라면 한 번쯤 돈을 지불하고, 투어를 해도 좋을 만큼 의미있는 곳이기고 하다. 하지만 멤피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던 집인 ‘그레이스 랜드’이다. 프레슬리가 1957년 부터 죽을 때까지 20년을 살았던 저택인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빌 스트리트는 자동차 진입이 금지돼 있고, 입구 시작부터 끝까지 멤피스 경찰들이 안전에 만반을 기울이고 있어 사고 또한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길 중간 중간 맥주를 판매하는 작은 가판대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이는 테네시에서 유일하게 길에서 맥주는 마시는 것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플라스틱 컵에 맥주를 들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음악의 도시인 만큼 골목 사이에서는 작은 테이블 앞에서 블루스를 연주하는 밴드 그룹의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앰프와 기타, 마이크를 준비해 블루스를 연주하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다.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들의 음악소리 때문인지 빌 스트리트가 블루스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빌 스트리트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