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혹은 3박 4일의 단기간 여행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될 것들은 무엇일까요. 일정이 짧다는 것은 가장 멋진 풍경을 고르고 싶은 욕심과 반드시 필요한 것만 보고 싶은 욕심이 싸우게 되기도 할 텐데요.

여행지에서 가장 쉽게 인상 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여행지의 공기와 온도, 소리, 빛 등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의 이미지를 잡는 게 아닐까요. 일상적인 풍경에서 폭넓고 깊은 의미를 캐낼 수 있는 여행지, 여유 있게 주어진 시간이 없어 짧은 여행을 고려 중이라면 아래의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들을 기억해 보세요.

태국, 방콕 Bangkok, Thailand
카오산 로드로 대표되는 자유여행지의 메카이자 가까운 섬 휴양지 파타야와 함께 패키지여행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춘 태국의 수도 방콕. 불교 국가이지만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이 활발하게 오가며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힌 곳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방콕 도심지에서 여행의 첫날을 보낸다면 가장 먼저 야경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대도시인 방콕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들로 늦게까지 꺼지지 않으며,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바는 곳곳에 마련되어 있답니다.

방콕의 도심에 위치한 공원 룸피니(Lumphini Park)는 시민들의 쉼터입니다. 네팔에 있는 부처가 태어난 곳 ‘룸비니’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1920년 만들어졌어요.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다가 가만히 앉아서 쉬기에도 부담감 없으며,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운동과 휴식의 기능을 제공하는 공원입니다. 이곳에서는 설레는 여행 첫날의 밤을 느리게 쓸 수 있을 거예요.

시로코 & 스카이 바 Sirocco & Sky bar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황금 돔으로 장식된 스테이트 타워 63층에 위치한 식당과 루프탑 바입니다. 강 저편으로 넘어가는 해질녘부터 하나 둘 불이 들어오며 끊이지 않는 불빛들이 출렁이며 방콕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전달한달까요. 가격대가 비싼 편이지만, 식당에서 바까지 연결된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마치 시상식장의 배우나 로열패밀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342 bar는 현지인들에게 인기인 곳입니다. 테라스 야외 좌석은 짜오프라야 강을 배경으로 물 위에 비치는 불빛들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어요. 이글 네스트 루프탑 바 Eagle nest rooftop bar에서는 따띠엔 선착장 부근에 위치해 강 위를 지나는 유람선과 왓 아룬 사원의 야경을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다낭 Danang, Vietnam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 여행객들이 주춤하고 있지만, 베트남 여행은 다소 안심해도 될 듯합니다. 베트남 당국은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북한만큼이나 단호하게 중국인들의 입국을 불허 조치했습니다.

가성비 좋은 동남아 여행지로 알려진 베트남의 다낭. 바나힐, 마블마운틴을 비롯한 휴양지 투어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 관광이 연계되어 베트남의 현재와 과거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프랑스식 건축물이 남아있는 거리는 아시아의 유럽 같은 분위기로 역사의 이면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요.

다낭의 시내를 관통하며 강을 연결하는 용다리는 주말 밤 9시마다, 다섯 가지 색깔로 번쩍이며 불을 내뿜습니다. 강을 중심으로 늘어선 현대식 건물을 구경하고, 사랑의 부둣가에서의 산책,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을 가졌다는 미케 비치 근처의 카페, 하이 쩌우 구역 내의 노보텔(danang novotel) 36층에 위치한 시끌벅적한 라운지 바, 우리나라 소주 정도의 가격으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브릴리언트 호텔 17층의 탑 바(Brilliant Top Bar) 등 다낭의 밤은 낮만큼 두고두고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낮의 여행으로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다낭의 밤 풍경에 새로이 눈을 뜨이게 될 것입니다.

대만, 스펀 Shifen, Taiwan
대만 여행을 간다면 거의 필수적으로 들린다는 천등 날리기의 고장, 스펀. 그래서인지 이 작은 마을은 소망을 간직한 방문객들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매일 찾아옵니다.

야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만 여행의 재미인데요. 메리어트 호텔 20층에 위치한 인지스 바(INGE’S Bar)는 대만 현지인들이 종종 찾는 곳입니다. 1인당 500달러 이상 주문해야 된다는 기준이 있어요.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마천루이며 세계 1위의 고층 건물인 101타워에는 88 Bar가 있어요. 대만의 평균적인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나 여유가 된다면 방문해 보는 낭비가 해외 관광의 미덕이 아니겠어요?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Singapore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화려한 야경으로 손에 꼽히는 도시, 인천공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쾌적한 공항으로 앞다투고 있는 창이국제공항이 자리한 싱가포르입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이자 32,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실내 폭포인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유리온실 플라워 돔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매일 저녁 7시 45분부터는 화려한 조명 쇼를 펼치며 인공 정원이 구현하는 초 미래적인 스케일에 감탄하게 되는데요. 또한 이곳에서는 주말 밤마다 무료 공연도 열고 있습니다.

인어 사자상(머라이언)이 인상적인 마리나 베이 샌즈 항만에서는 매일 밤 8시마다 진행되는 레이저 쇼로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쇼핑 명소 거리인 클락키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요. 리버사이드는 강변을 따라 레스토랑, 펍, 클럽,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는 거리로 식사와 함께 야경을 즐기기에 좋아요.
사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싱가포르의 야경은 무난하게 즐길 수 있으니 아래 추천 장소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282m에 달하는 래플스 플레이스 63층에서는 360도의 파노라마 뷰로 마리나 베이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으며, 플러튼 베이 호텔의 루프탑에 자리한 랜턴 바는 조용하고 은은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 너의 다른 이름은 나쁜 남자 Seoul, South Korea
어느 소설가는 서울을 ‘나쁜 남자’의 매력 같은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없는 게 없는 거 같고, 있는 게 있어도 쉽지만은 않은 신기루 같은 인구 천만이 넘는 메가 시티.
평일에는 남녀노소 분주하게 일하고 공부하기에 바쁘다면, 주말에는 놀이와 운동, 각종 단체 활동으로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도시. 주말에 시청 광장을 가면 서울이 가진 다양성을 면목을 확실히 알 수 있어요. 한 쪽에서는 노동 집회가 또 한 쪽에서는 어버이 연합이 또 다른 곳에서는 환경 단체가 나와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은 채 각자의 활동들을 열심히 외칩니다. 저 멀리 에서는 마라토너들이 광화문 앞을 향해 우르르 달려오곤 합니다. 아, 서울에 대한 이런 표현도 있지요. 북유럽이 지루한 천국이라면, 서울은 흥미로운 지옥이라고요.

24시간 열려 있는 음식점, 카페, 편의점이 있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거기다 치안도 비교적(?) 좋은 편인 서울.
강남의 꺼지지 않는 조명들로 춤추는 거리만 화려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강을 기준으로 나누지 않더라도 각 구마다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데, 그게 말로는 설명하기는 참 그렇네요. 그러니 서울 살이에 관심이 생긴다면 최소 1년은 오래 천천히 보도록 하세요. 유럽의 파리만큼이나 다층적인 측면을 가진 서울은 골라서 살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이든 간에.
여름밤에는 노인들이 장기나 막걸리를 한 통씩 들고 나오고, 아이들은 야트막한 간이 수영시설에서 더위를 달래고, 한강에서 뻗어 나온 지역 곳곳의 천변에는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곤 합니다. 서울에는 초현대적인 이미지와 낡고 누추한 자리가 공존하는 듯해요. 그래서 여기는 지옥도 천국도 아니며 그냥 서울인가 봅니다.

서울에 대한 정의는 쉽게 내릴 수가 없어요. 그만큼 서울은 빠르게 흘러가고,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거 같고, 매력 넘치지만 돈이 많이 들고, 싫다고 하면서도 빠져나오기 힘든 마약 같은 곳이죠. 때론 분명 누군가 죄를 지었고 피해를 입었음에도 사과도 없이, 아닌 척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인간들도 있고, 그러한 책임을 못 찾은 고통들에 함께 공감해주러 자발적으로 나오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가수 안녕 바다의 노랫말처럼, 수많은 기회와 눈물과 실패와 성공이 별빛처럼 흘러넘칩니다. 정답을 못 찾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야경은 특별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