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미친 나라, 그 이름 베트남
베트남의 뜨거운 축구 사랑은 코트라(KOTRA)의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 보고서에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의 제목은 ‘축구에 미친 베트남’. 보고서 내용에는 “베트남에서 축구는 문화이자 생활의 일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축구경기가 있을 때면 가게 여기저기에 모여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진 나라, 베트남. 그들이 ‘항서 매직쇼’ 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 축구, 그 미친 사랑의 결말
베트남 축구는 1896년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을 당시 처음 도입됐다. 초기에는 프랑스 공무원, 상인, 군인들만 축구를 즐겼는데, 베트남인들에게도 축구를 권장하면서 1908년 7월 20일 베트남 두 지역간 팀 대항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2개의 국가 대표팀이 생겨났고,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베트남 축구 협회(VFF)에서 전체 리그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축구 사랑은 합법적인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도 많은 베트남인들이 몰렸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매년 베트남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돈은 최소 8억 달러(약 9,000억원)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수십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을 합법화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국민은 정부가 허용한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남아시아 게임 남미월드컵 등에 합법적으로 베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박 열기를 막을 수 없다면 돈이 해외로 새는 것을 막고 세수라도 확보하겠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생각이다. 불법 도박까지 합법으로 만든 베트남 국민들의 미친 사랑의 결말이다.
베트남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
그렇다면 베트남 국민들이 이토록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축구는 ‘킹스포츠’라고 불린다. 현지 미디어 기업 Adtim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좋아하는 스포츠에 85%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축구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레알마드리드, 첼시, 토트넘 등 유명 축구 클럽에 대한 관심도 높아 길거리에서 짝퉁 유니폼을 판매하는 상점을 흔히 볼 수 있다.
축구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트남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축구의 인기가 증명하듯 축구는 베트남 정부 및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아 꾸준히 성장했다. 그 결과 축구는 베트남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일부 규칙을 제외하고 경기 규칙이 비교적 간단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축구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또한 별도의 장비 없이 공 하나만으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으며, 축구공이 없으면 종이 혹은 플라스틱으로 공을 만들어 즐기는 이들도 있다. 축구 경기장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드넓은 들판에 삼삼오오 모여 축구경기를 한다. 그저 공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축구는 공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스포츠인 것이다.
2020년 다시 시작되는 ‘항서 매직쇼’
“보 딕 베트남!( vo dich Vietnam·무적 베트남)”
지난 18년도. 8월29일 베트남 하노이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인파의 함성소리가 도시 전체를 가득 채웠다. 수많은 인파가 ‘폭풍처럼 간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거리응원단을 ‘디바오(Đi가다 bão폭풍)’라 부른다. 경기 결과는 베트남의 패. 하지만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자축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베트남의 축구 영웅이라 불리는 박항서 감독은 최근 재계약을 마쳤다. 2017년 처음 베트남 축구대표님의 지휘봉을 잡을 때만해도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의 새로운 축구 역사를 쓰고 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의 아세안 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년 12년 만에 아시안컵 8강 진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태국과 무승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꺾으며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그가 부린 최대 매직은 스즈키컵 우승이다. 스즈키컵은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시시한 경기라는 생각도 들지만 동남아에서 스즈키컵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단 한 번의 우승 후, 10년 동안 우승에 목말랐던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을 만나 갈망하던 스즈키 우승컵을 들게 된 것이다. 그 여파로 많은 베트남 기업에서도 박항서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베트남에서는 ‘갓항서’ 열풍이 불고 있다.
여행 중 베트남의 축구 사랑에 동참하고 싶다면?
작년 아시안게임 4강 경기를 앞두고 베트남의 기업과 공장은 1~2시간 단축근무를 했고, 총 9,000만명의 인파가 거리응원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열광적인 응원 문화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베트남에서도 열광적인 거리응원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 코트라의 분석이다. 베트남 여행 시 축구 경기 일정과 겹친다면, 베트남인들과 함께 거리응원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수있다.
거리 응원 방식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낭의 경우, 거리 응원이 따로 없고 대형 티비가 있는 로컬식당이나 술집에 모여 응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 축구 열기를 느끼기 쉽지 않다. 호치민에서는 통일궁 앞이나 응웬훼 광장 같은 유명 관광지 앞에서 거리 응원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거리 응원이 가장 활발한 곳은 수도인 하노이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응원을 즐기기 위해 하노이로 향하는 이들로 인해 교통편은 일찌감치 매진이 된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위로 거리 응원이 펼쳐지고, 가게 곳곳에 모여 부부젤라를 불거나 빨간옷을 맞춰 입고 나온 응원단들을 볼 수 있어 제대로 된 베트남의 축구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의 축구 사랑에 함께 빠져보고 싶다면 시내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 열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면 하노이가 아닌 타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인파가 붐비는 축구 경기 시간에는 잠시 숙소에 머물러 있는 것도 방법이다.
‘항서매직쇼’에 빠지면서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베트남. 재계약을 마친 항서매직쇼가 끝까지 성황리 속에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